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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찾는 한국고대국가학 고조선의 국가와 행정

개정판 머리말 이 책의 초판을 발간한 이후 많은 분들로부터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 특히, 김영삼 문민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나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하면서 한•중•일역사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대한민국정부 대표로 한국고대사 왜곡문제를 직접 다루고 고조선역사에 대한 글(안병영. 2010. <고대사 논쟁에 붙여>. 《계간사상》. 47호)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개강의까지 하신 안병영 교수님의 격려는 매우 큰 힘이 되었다. “김교수님! 보내 주신 <한국고대국가학>을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연구의 양과 질에 있어 압도적인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많은 학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소홀히 했던 이 방면에 깊은 관심을 갖으시고 꾸준히 개척적 연구해 오신 열정과 노력에..
개정판 머리말

이 책의 초판을 발간한 이후 많은 분들로부터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 특히, 김영삼 문민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나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하면서 한•중•일역사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대한민국정부 대표로 한국고대사 왜곡문제를 직접 다루고 고조선역사에 대한 글(안병영. 2010. <고대사 논쟁에 붙여>. 《계간사상》. 47호)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개강의까지 하신 안병영 교수님의 격려는 매우 큰 힘이 되었다.
“김교수님! 보내 주신 <한국고대국가학>을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연구의 양과 질에 있어 압도적인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많은 학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소홀히 했던 이 방면에 깊은 관심을 갖으시고 꾸준히 개척적 연구해 오신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정독하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앞으로도 김 교수님의 큰 학문적 성취를 기원합니다.”라는 격려의 말씀은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외롭게 연구와 집필을 하며 쌓였던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주었다.
2006년 일본 문부성 장관에게 국회 공식 항의단으로 가서 느꼈던 수모를 계기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던 만큼, 당시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였던 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받은 격려와 호평은 10여 년이 걸린 저자의 숙제가 허사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평가를 ‘준공식적’으로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안 교수님이 함께 보내주신 <시민강좌 발표문>을 읽으며 저자와 문제의식, 집필 방향 및 내용이 거의 같았고, 이 책이 그 글의 논리를 많이 확장시키고 심화시킨 것으로 보여 크게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학술원에서는 이 책을 <2020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교육부 우수학술도서>로 뽑아주어 학문적으로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식 학술 원로단체인 대한민국학술원이 교육부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하였다는 의미는 이 책이 국내외 주요 도서관에 비치되고 모든 학자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공인해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내용을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에 알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저자에게 준 셈이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그 숙제를 하고자 한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이후 학계에서 김학준 교수님의 《남북한문전》(제 1권. 고대 1: 선사시대•고조선•부여•삼한)을 위시한 많은 연구서들이 출간되었고, 《조선단대사》(1. 고조선, 부여편)을 위시한 참고하지 못했던 북한 자료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에 개정판에서는 국내외의 새로운 자료들을 본문에 최대한 반영하고, 부록에 <고조선의 역대 단군 왕세표>와 <고조선 연표>를 추가하게 되었다.
개정판에 반영시켜야 할 내용들이 많았으나 방대한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저자가 집필, 교정, 편집, 출간, 표지 디자인 등 사소한 일들까지 직접 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도 남아 있다. 다행히 이 책의 출간 막바지에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출판문화원의 김지혜 선생님과 정지향 선생님이 합류하여 교정과 편집 및 표지디자인 등의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저자의 일생 학문적인 멘토이며 스승이신 분은 저자가 이 책 초고를 집필할 때부터 반드시 영어와 외국어로 번역판을 내라고 재촉하셔서 영문판부터 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적임자의 도움을 받게 되어 국문판과 영문판을 함께 출간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김지혜 선생님은 역사에 대한 높은 지식과 유창한 영어 능력을 바탕으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영어로 펴내는 귀찮고 어려운 작업을 오랜 기간 도맡아 헌신적으로 수고해주셨다. 이 두 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저자는 늘 책을 출간한 이후에 부족한 부분들이 발견되어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저자가 능력은 부족한 채 욕심은 많아 방대한 작업을 하느라 아직 미쳐 이 책에 보완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이 책 내용에도 실수와 오류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책에 남아 있는 모든 오류와 부족한 부분은 오로지 저자의 책임이다. 앞으로도 수시로 보완하도록 할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정신적•물질적으로 힘들어 할 때 저지를 격려해주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옆에서 격려해준 아내 정숙과 아들 동욱, 딸 유경, 며느리 나영, 사위 이규하, 손주들인 경서•은서•현지•순지•지서 등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고조선연구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기대하고, 강호제현의 보다 많은 가르침과 질책을 기대한다.


2021년(단기 4354년) 8월 15일
광교산 심재서원에서
김석준







머리말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한 일 때문이다. 2006년 저자가 교수 출신 국회의원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일본 문부성 장관에게 직접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주장이 한국 역사학자들의 연구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예상외의 답변을 들으면서부터이다. 일본 극우파들의 집단적•물리적 위협을 이유로 후문으로 안내 받아 만난 일본 문부성 장관의 입에서 한국 역사학자들의 통설이 그들의 역사왜곡의 근거라는 말에 여러 가지로 반박을 하고 나왔지만 그것은 국회 항의단에게는 대단한 수모요 수치 그 자체였다. '단군과 단군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고 신화로 보는 것이 한국 역사학계의 통설이라니!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건국 이후 훨씬 뒤에 건국되었다니!!'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 고대사를 자신들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의 역사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탐원공정'•'요하공정'이 주장을 넘어 한국 고대국가의 유적과 유물을 훼손하고 만리장성 연장공사 등으로 역사를 왜곡시키는 현장을 여러 차례 확인하면서 그 심각성을 절감하였다.
국회 역사왜곡대책특위에서 활동하면서 고조선 등 한국고대사에 대한 한•중•일 사학자들의 주장들을 확인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크게 놀랐다. 국내 학계나 연구기관 및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고 피상적이어서 문제의 본질과는 너무나 거리가 큼을 느끼면서 또 다시 놀랐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막연하게라도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고 서글펐다. 소위 '전공한 학자들'의 책에서 일본 문부성 장관의 주장을 확인하면서 느낀 절망감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실증사학'이란 명분으로 '오만한 검열자'의 자세에서 '무시하고 지운 역사의 절규'가 큰 함성으로 되살아났다. 30여년 이상 교수를 지낸 사람으로서 느낀 자괴감은 한이 없었다.
한편, 삶을 희생하고 목숨마저 바치면서 펴낸 선각자들의 책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학문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이분들의 책에서는 '소박한 진실들'이 보였다. 많은 분들의 영혼과 삶을 고스란히 바친 '절규'들이 생생했다. '너라도 남은 삶을 바쳐 잃어버린 역사를 되 찾아오라'는 당부가 귓가를 맴돌고 떠나지를 않았다. 국회의원, 국책연구원장, 대학총장, 언론사 발행인 등을 할 때에도 그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했다. 그 대신 고대국가에 대해 집중하여 읽고 쓰게 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많은 선각자들의 '절규'가 저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여기에 이름이 밝혀지기를 꺼려하시는 한분의 선생님은 일생토록 저자의 스승이며 멘토로서 곁에서 이끌고 학담을 통해 지도해주셨다. 연구논문만 읽고서 얼굴도 모르는 저자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추천해주셨다. 저자가 《한국산업화국가론》과 《미군정기의 국가와 행정》 등 여러 책을 계속 출간하는데 큰 격려를 주셨다. 역사문제에 대한 학계 현실에 대해 좌절하고 실망할 때에는 국회의원보다 '한국행정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몇 배 더 값진 일이라고 조언을 하여 저자의 삶을 통 채로 바꾸게 하셨다. 국회의원을 마친 후 큰 공기업의 책임자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국책연구기관을 선택한 것도, 대학총장과 언론사의 발행인 보다 책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것도, '한국행정의 역사적 기원'과 '한국행정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책을 쓰도록 강권하신 것도 모두 이분이셨다.
지난 10년간 이 책을 준비하고 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를 파고들면서 학문적인 관심 주제가 옮아갔고, 연구에 대한 회의도 매순간 일어났다. '한국행정의 역사적 기원'으로 시작하여 '한국행정의 철학적 기초'를 거쳐 '한국역사정책학'의 원고를 상당량 채웠다가 세 권 모두 마치지 못한 채 이 책에 매달려 이제 첫 원고를 마무리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집필과정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여러분들 가운데에도 특히 일연, 북애자, 장 레지, 계연수, 이유립, 이화사, 최태영, 이병도, 신채호, 최남선, 안확, 김운태, 박동서, 강신택, 김경동, 진덕규, 신용하, 김용섭, 윤내현, 임승국, 박창범, 성삼제 등 여러분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서들을 저술했으나 모두 사라져, 일연 스님이 71세에 신명을 바쳐 《삼국유사》를 집필하지 않았다면 한국고대사에서 고조선과 단군은 그 존재의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장 레지, 북애자, 계연수, 이유립, 이화사 등 선각자들의 희생과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고대사에 대한 주체적인 기록들은 없었을 것이다.
노론사학과 식민사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편찬했을 북애자의 《규원사화》, 계연수의 《환단고기》 그리고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이화사가 발간한 대야발의 《단기고사》. 이들은 한국고대사를 살릴 수도 있고 부정할 수도 있는 귀중한 역사서들이다. 《삼국유사》와 《환단고기》는 일본에서 먼저 발간한 이후에야 그것도 훨씬 뒤에 한국에서 겨우 발간되었고, 《단기고사》는 50여 년 동안 발간을 하려했으나 일제를 맞아 발간을 못하다가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 해방 후 겨우 어렵게 발간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식민사학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실증사학이란 이름으로 '위서'라는 딱지를 붙여 실질적으로 금서로 만들었다. 이들이 위서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 책에 쓰인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서론자들은 몇몇 용어나 발간 시기를 문제로 삼아 끈질기게 위서라고 주장하면서 한국고대사의 근거를 통채로 배척하고 있다. 위서론자들의 주장이 거의 반증을 통해 무너졌음에도 위서논쟁은 본질적인 역사의 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식민사학과 민족사학'의 진영대결로 본질을 왜곡시키고 역사내전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박은식, 초대 국무령 이상룡, 법무총장 이시영 등이 모두 한국고대사에 대한 저술을 남기며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나라를 허물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왜 지우고자 할까?
고대민족국가의 역사를 지켜 온 일연 스님, 북애자 선생, 계연수 선생, 이유립 선생 그리고 이화사 선생은 좁고 갇힌 짧은 지식으로 오만한 후손들끼리 벌이는 한가한 위서논쟁으로 사후에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평생을 고대사를 바로 찾는 연구에 몰두하느라 가족들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고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뜻을 포기하지 않고 오로지 책을 편찬•발간하는 일에 매달려 일생을 바친 이분들을 생각하면 그 어려운 사정이 조금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들의 저술과 출간과정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책의 내용 가운데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실증적인 증거 없이 함부로 위서라는 주홍글씨의 딱지를 남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역사서들의 내용이 서울대 박창범 교수 등 천문학자나 경희대 한의학자 차웅석 교수 및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 등에 의해 과학적으로 사실들임이 하나씩 입증되면서, 역사학계에서도 최근에 이 역사서들에 대해 인정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특히 14세기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이 단군조선 이전부터 전해내려 왔다는 '천부경'을 그의 시에 언급한 기록이 《목은집》에서 발견되면서 위서론자들의 주장이 오류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한 18세기 프랑스 레지 신부가 중국 포교도중 중국 황실 서고의 사료들을 바탕으로 고조선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남긴 것은 고조선 역사를 되찾는데 획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의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 및 일본이 아닌 제3자의 300년 전의 역사기록이란 점에서 너무나 귀중한 사료이다. 고조선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고 레지 신부와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삼국유사》나 20세기에 씌어진 《신단민사》•《신단실기》는 물론 《환단고기》•《단기고사》•《규원사화》 등에 대한 한국역사학계의 위서론을 무력화시키고 이 책들의 역사적인 신뢰성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단군과 단군조선을 부인하며 역사학계를 이끌었던 이병도 선생이 생의 만년에 일생을 지켜온 사관을 한 단계 발전시켜 단군과 단군조선의 역사성과 실증성을 인정한 것은 한국고대사에서 매우 큰 역사적인 이정표의 의미를 지닌다. 이병도 선생은 젊은 시절 실증주의에 입각한 근대사학을 연구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나 '조선사편수회'에서 연구하면서 실증사학과 식민사학의 경계에서 남모를 고뇌도 많았을 것이다. 최남선 선생이 조선사편수회 공식회의에서 이마니시 류가 《삼국유사》의 내용 중 '석유환국'을 '석유환인'이라고 조작한 이체자문제와 여러 가지 사료 왜곡 문제를 제기하여 강력히 항의하는 것을 보고, 민족사학자들이 자신에게 식민사학자라고 비판하는 것을 보며 이병도 선생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고고학계가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동국세년가’를 찾아내는 등 오랜 친구인 최태영 선생과의 끈질긴 학담이 이병도 선생의 학문을 더욱 완숙하게 발전시켜 사관을 재정립하고 그 뜻을 조선일보에 게재하고 《한국상고사입문》을 최태영 선생과 공저로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 일부 제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병도 선생은 언론과 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사관변경에 대한 뜻을 바꾸지 않았다. 서울대 역사학과를 열어 후진을 양성하면서 학계와 교육계에 큰 공적을 남겼으나 이것이 이병도 선생의 역사적인 필생의 결정을 바꾸는 데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서울대 제자들이나 진단학회가 자신의 사관변경을 부인하고 자신이 바꾼 한국고대사의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보루가 되는 것을 허물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더 이상 이병도 선생은 식민사학자가 아니라 실증사학자이며 식민사학과 민족사학의 인위적인 구획을 초월한 학자로 보아야 하는 근거가 바로 언론기고와 공저의 출간이다. 일제시대 수많은 민족지도자들이 일생을 꿋꿋이 버티다가 마지막 한 순간 일제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친일인사'로 낙인찍히고 있다면 이병도 선생에 대한 재평가는 당연한 일이다.
이병도 선생의 사관변경에는 서울법대 초대 학장을 지낸 최태영 선생의 희생과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 최태영 선생은 헌법 초안 작성으로 대한민국 건국과 국가를 운영할 일꾼들인 고위관료들은 국혼과 주체적인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국가고시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만드는데 앞장섰는데, 우연히 단군과 단군조선을 부정하는 왜곡된 국사의 내용을 보고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남은 일생을 바쳤다. 평생 연구해 온 법철학 위에 한국고대사를 직접 연구하여 이병도 선생과 함께 89세에 《한국상고사입문》을 발간하고 105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단군과 단군조선 그리고 상고사의 역사를 되찾는 일에 앞장섰다.
신채호 선생, 최남선 선생 그리고 안확 선생은 일찍부터 민족사학을 일으키고 식민사학에 맞서 한국의 역사를 지켜 오신 분들이다. 일생을 독립운동가로서 목숨 바쳐 나라와 역사를 일제로부터 되찾는 일에 나섰다가 옥중에서 또는 불우하게 돌아가신 분들이다. 이 분들이 젊은 시절 짧은 기간 동안 역사연구에서 이룬 성과는 너무나 소중하다. 심지어 옥중에서 갖은 고문과 그 후유증인 옥고에 시달리고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생명을 단축시키면서 쓴 책들은 미완으로 끝난 경우가 많다. 이분들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더욱 더 한국고대역사를 많이 되찾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으면서 그 유업을 후학들이 이어야 한다는 역사적인 사명감을 느낀다. 오래 전에 역사학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식민사학, 민족사학, 주체사학 등을 비판하는 김운태 교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며 민족사학자들을 이데올로기에 충실하고 학문이 아니라 민족운동의 수단으로 역사를 악용한다는 비판과 선입관을 한 때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멀리했던 신채호, 박은식, 최남선 그리고 안확 선생 등의 연구물들을 깊이 읽고 이해하게 되면서 잘못된 선입관은 하나씩 허물어졌다.
현대에 와서 김경동 교수님은 한국 사회과학의 특수성과 서구보편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사회과학의 다원보편주의를 정립함으로 세계학계수준으로 끌어 올린 높은 학문적 성취로 후학의 연구 활동에 사표가 되셨다. 신용하 교수님의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연구》•《고조선문명의 사회사》등과 김용섭 교수님의 《농업으로 보는 한국통사》•《동아시아역사 속의 한국문명의 전환》등은 이 책의 연구에 훌륭한 길잡이였다. 한강문화와 3부족연합을 통한 고조선 건국을 실증적으로 다룬 신용하 교수님과 팔순이 넘어서 병상에서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집필에 매달린 김용섭 교수님의 사명감에는 경의를 표한다. 《한단고기》를 성실하게 풀이 한 임승국 교수, 천문학을 통해 오성취루현상 등을 입증한 박창범 교수, 교육부의 역사왜곡대책실무단장으로서 '목숨을 바쳐 역사를 지킨 깐깐한 사관'의 자세로 많은 국내외 학자들의 논점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성삼재 단장, 최근 수많은 유물들을 밝혀내고 있는 고고학자들 등은 이 책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연구-상•하》와 《고조선 1•2•3》도 이 책의 원고를 거의 마무리한 단계에 소중히 참고하였다.
일생을 국가와 행정에 대해 연구해 온 저자에게 다섯 분 스승님들의 가르침이 컸다. 이한빈 교수님은 저자가 국가학을 일생의 학문주제로 삼는 용기를 주셨다. 김운태 교수님과 박동서 교수님은 대학원에서 조교를 지낸 저자에게 생전에 한국행정의 역사를 연구해야 하는데 깊이 다루는 학자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시면서 은근히 저자가 했으면 하는 암시를 주셨다. 김운태 교수님의 《조선왕조행정사》 등과 박동서 교수님의 《한국행정론》•《한국관료제의 역사적 전개》 등을 이을 한국행정의 뿌리에 대한 연구를 숙제로 남겨두셨다. 강신택 교수님은 저자의 석사논문이 최우수논문으로 《행정논총》에 게재되어 학문의 길로 나설 수 있게 지도해 주셨고, 연구의 논리를 튼튼히 하여 연구대상의 성격에 따라 실증적 접근 이외에 해석학•현상학•비판이론적 접근을 활용하여야 학문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음을 팔순이 넘으신 지금도 솔선수범하시면서 후학들을 지도해주신다. 접근방법의 확장은 한국고대사 연구 성과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항이어서 이 책의 연구에 직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셨다. 마지막으로 백완기 교수님은 국가이론을 고려대에서 강의하고 연구할 기회를 주시고 지속적으로 격려해주셔서 저자가 국가학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지금까지 저자는 국가와 행정에 대해 연구하면서 국가, 국가위기, 국가능력, 거버넌스능력 등에 대해 연구를 집중해왔다. The State, Public Policy and NIC Development (1988, Daeyoung Press), 《한국산업화국가론》(1992, 나남), 《한국자본주의국가위기론》(1991, 풀빛), 《국가변동론》(1994, 법문사), 《미군정기의 국가와 행정》(1996,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현대 대통령연구 1》(2000, 대영문화사), 《국가능력과 경제통치술》(2002,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등을 단독 저서로 출간하고, 《국가와 공공정책》•《뉴 거버넌스 연구》•《뉴 거버넌스와 사이버거버넌스 연구》•《거버넌스의 정치학》•《거버넌스의 이해》 등을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이러한 학문적인 배경에서 한국고대국가학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국가학 이론을 바탕으로 고대국가를 연구•해석•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제기한 연구의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고대국가인 단군조선과 단군은 역사인가 신화인가?
둘째, 동아시아 내에서 고조선의 위상은 중심 국가인가 주변 국가인가?
셋째, 다양한 학문분야와 이론적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정의하는 국가의 다양한 개념이 고조선에서는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나타났는가?
넷째, 현대 국가이론에 비추어 볼 때 고조선의 국가의 성격은 어떠한가?
다섯째, 고조선에서 국가위기, 국가변동 및 국가능력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여섯째, 고조선의 핵심 행정체제와 행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일곱째, 고조선의 주요 정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 답하기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정했다.
첫째, 이론적인 접근은 역사학, 고고학,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문화인류학, 천문학, 과학, 국가학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둘째, 방법론적으로도 실증적 접근, 해석학적 접근, 현상학적 접근, 비판이론적 접근 등을 융합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는 이러한 방향을 한 개인이 수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정한 것은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해 보자는 의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주제에 대해 이 책에서 제기하는 기본 가설은 '고조선의 높은 국가자율성•경로창조성•연속성•비동시성•거버넌스능력•국가능력은 고조선이 동아시아지역의 최초 중심 국가로 국가의 원형을 만들어 장기간 통치할 수 있게 했다'이다. 그러다가 '국가능력 등이 떨어지면서 고조선은 지역중심 국가의 위상이 무너지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그 위상이 역전하였다'이다.

이 책은 저자의 다섯 손주들과 이들의 친구들인 전 세계의 미래세대를 위해 쓴다. 이들은 생각이 굳어진 기성세대가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는 왜곡을 하는 사람도 왜곡을 당하는 사람도 모두 불행하고, 진리만이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의 말씀은 특정 종교와 특정 시대에만 좁은 의미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세계와 호흡하고 아무런 구김 없이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 갈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는 세대이다.
노론사학•식민사학•실증사학•민족사학•유물사학•민중사학•주체사학 등에 익숙한 사람들보다는 아무런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모든 나라의 젊은 세대가 '일국사와 사건사'를 넘어 한국고대국가를 폭 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이들에게 가르칠 국사교과서 문제를 두고 국내에서는 역사내전이 잠복중이고, 한•중•일 삼국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가운데 물밑에서는 역사전쟁이 무섭게 진행 중이며 더욱 심화•확전되고 있다. 적어도 이들이 역사내전과 한•중•일 역사전쟁을 넘어 역사를 폭 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상황에 손주들과 그 세대들이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 갈 때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자는 더 없는 보람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쓰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 책에 남아 있는 오류는 모두 저자의 책임이다. 방대한 자료를 다루면서 부족하고 잘 못된 점들은 꾸준히 보완하고 바로 잡아가도록 할 것이다.
어려운 출판여건에도 기꺼이 이 책의 출판을 맡아주신 대영문화사의 임춘환 사장님과 편집부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정신적•물질적으로 힘들어 할 때 저지를 격려해주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옆에서 격려해준 아내 정숙과 아들 동욱, 딸 유경, 며느리 나영, 사위 이규하, 손주들인 경서•은서•현지•순지•지서 등 사랑하는 가족들과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님과 친구 최건 사장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한국고대국가를 연구하고 고조선의 국가와 행정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20년(단기 4353년) 2월 25일
광교산 심재서원에서
김석준
김 석 준(金錫俊 Kim, Suk Joon)
현.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주요경력
서울대학교 학사•행정학석사
미국 UCLA 석사•정치학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기획처장•정보과학대학원장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초빙교수
옥스퍼드대학교 벨리올칼리지 초빙교수
UCLA 정치학과•서울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안양대학교 총장
한국행정학회 회장
한동대학교 석좌교수
한국NGO학회 창립공동대표
11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17대 국회의원
대한민국 국회 역사왜곡대책특위 위원
대한민국 헌정회 영토특위 부위원장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UNESCO 한국위원회 위원
행정고등고시•입법고등고시•지방행정고등고시•5급공무원 국가고시위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대한민국정부 총리실 및 행정 각 부처 자문위원

주요저서
The State, Public Policy and NIC Development (1988, Daeyoungmoon- whasa)
Empowering Korea With New Innovations(대표저자, 2011, Jimoondang)
Making the High-Speed Train Fly: Korean Global STI Strategy(대표저자, 2011, Jimoondang)
《바로 찾는 한국고대국가학: 고조선의 국가와 행정》(2020, 대영문화사)[2020대한민국학술원 선정 교육부 우수학술도서].
《고조선국가연구:한국고대국가학(상)》 (2020, 부크크)
《일곱 얼굴의 고조선: 한국고대국가학(중)》(2020, 서울미디어대출판원•부크크)
《고조선행정사: 한국고대국가학(하)》(2020, 서울미디어대출판원•부크크)
《고려국가연구: 한국중세국가학(상)》(2021, 서울미디어대출판원•부크크)
《일곱 얼굴의 고려사: 한국중세국가학(중)》(2021, 서울미디어대출판원•부크크)
《고려행정사: 한국중세국가학(하)》(2021, 서울미디어대출판원•부크크)
《한국산업화국가론》(1992, 나남),
《한국자본주의국가위기론》(1991, 풀빛),
《국가변동론》(1994, 법문사),
《미군정기의 국가와 행정》(1996,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현대 대통령연구 1》(2000, 대영문화),
《국가능력과 경제통치술》(2002,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국가와 공공정책》(공저, 1991, 법문사)
《대통령과 국가정책》(공저, 1994, 대영)
《뉴 거버넌스 연구》(공저, 2000, 대영)
《뉴 거버넌스와 사이버거버넌스 연구》(공저, 2001, 대영문화사)
《거버넌스의 정치학》(공저, 2005, 법문)
《거버넌스의 이해》(공저, 2002, 대영문화사) 등 다수.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출판문화원 • 한국학연구원


SMIT 총서

1. 김석준. 《4차산업혁명과 교육혁신》 (2020)
2. 김석준. 《고조선국가연구》 (2020)
3. 김석준. 《일곱 얼굴 고조선》 (2020)
4. 김석준. 《고조선행정사》 (2020)
5. 김석준. 《바로 찾는 한국중세국가학(상)》 (2021)
6. 김석준. 《바로 찾는 한국중세국가학(하)》 (2021)
7. 김석준. 《고려국가연구》 (2021)
8. 김석준. 《일곱 얼굴 고려사》 (2021)
9. 김석준. 《고려행정사》 (2021)
10. 김석준. 《바로 찾는 한국고대국가학》 (개정판, 2021. 전자책)
11. 김석준. 《바로 찾는 한국근대국가학: 조선의 국가와 행정》 (근간)
12. 김석준. 《조선국가연구》 (근간)
13. 김석준. 《일곱 얼굴 조선사》 (근간)
14. 김석준. 《조선행정사》 (근간)
15. 김석준. 《역사전쟁과 역사정책》 (근간)
16. 강은재. 《인촌의 사상과 삶: 교육과 언론사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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